양동마을에는 국보 1점, 보물 4점을 비롯해 총 24점의 문화재가 있다. 게다가 마을 자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있어 양동마을은 일 년 내내 공사 중이다. 물론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은 아니다. 지붕의 초가를 다시 얹고 한옥을 개보수하는 작업을 끊임없이 한다. 한평생 마을을 지킨 이동병(73) 할아버지는 “초가집은 여름에 벌레가 나오고, 기와집은 겨울에 위풍이 세다”며 한옥에 사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대대로 이어온 전통을 지키고 사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자부심을 표현했다. 취재를 갔던 날은 경주 손씨 가문의 문중 제사가 있던 날이었다. 한복을 입은 어르신이 엄숙하게 제사준비를 하는 모습 속에 전통을 지키는 양반 가문의 자존심이 묻어난다.
남쪽 지방으로 갈수록 개방적인 구조를 갖는 전통한옥구조와 달리 양동마을의 집은 모두 폐쇄적이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영남학파의 전통을 잇고 있어 집의 구조도 자연스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형태를 띠게 된 것이다. 사랑방, 안방, 행랑방, 책방 등이 구분 지어 연결되고 안채로 들어가는 입구는 모두 따로 나 있다. 이렇게 ㅁ자를 이루고 있는 집은 막혀 있는 듯 보이지만 구석구석 뚫려 있어 외부와 소통한다. 손님이 많아 요리가 잦은 집의 부엌은 천장을 뚫어 음식의 열기를 빼낸다. 일명 ‘노천부엌‘이다. 자연채광을 염두에 두어 작은 마당을 집 구석구석 낸 점도 눈에 띈다. 하늘을 담고 있는 ‘햇빛우물‘이 폐쇄적인 가옥에 빛을 퍼 올린다. 양동마을은 이미 영화인들에게 유명한 촬영지다. 영화 <취화선>, <내 마음의 풍금>, <혈의 누>, <스캔들> 등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마을에는 관가정, 수운정, 안락정, 영귀정, 심수정, 설천정사, 양졸정, 동호정, 내곡정, 육위정 등 무려 10개의 정자가 있다. 조상을 추모하고 자손의 강학을 위해 지은 정자는 여름에는 우거진 숲 속 매미 우는 소리와 어울려 멋과 풍류를 더욱 자아낸다.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자에 서니 150여 호의 고가옥과 초가집이 골짜기와 능선을 따라 500여 년 전통을 뽐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