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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역사탐방

민란의 시대

by 블루청춘 2010. 1. 25.

19세기를 '민란의 시대'라 부른다. 홍경래의 난(1811년), 진주민란(=임술민란.1862년), 동학농민전쟁(1894년)등 굵직한 민란들이 줄을 잇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극도로 문란한 세도 정치가 그 배경이 되었다. 하지만 부정부패만이 민란의 원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훨씬 이전부터 폐단은 누적되어 왔으며 이것이 19세기에 와서 한꺼번에 터져나왔을 뿐이다. 

 16세기 말의 임진왜란은 이미 그 단초를 보여준 사건이다. 이순신을 제외하곤 관군이 보여준 대응능력은 한심한 수준이었다. 이것은 조선왕조의 지배체제 및 사대부 계급의 지배능력이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말해준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중국와 일본에서는 각각 왕조의 교체와 정권의 교체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전쟁터였던 한반도에서는 역사의 탄력성을 잃은 조선 왕조가 그대로 지속되었다. 그게 문제였다. 임진왜란을 계기로 조선은 차라리 망했어야 했다. 그러고 나서 새로운 근대사회가 준비됐어야만 했다. 그랬어야 역사의 수레바퀴가 제대로 굴러갔을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불필요하다지만, 만약 그랬더라면 우리는 식민지배도, 분단도, 동족상잔의 전쟁도 경험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의 시대적 과제는 신분제 폐지, 민권신장, 상품화폐 경제의 촉진, 농민의 토지소유 확립 등이었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더라도 자신의 기득권만은 철저히 지키려 했던, 탐욕스런 양반 지배층이 그 역할을 해낼수는 없었다. 결국 사회모순에 따른 부담은 전적으로 민중들에게 지워졌다. 민란은 바로 이와 같은 상황속에서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려 한 민중들의 몸부림이었다.
 물론 19세기의 모든 민란이 근대적 개혁을 지향했던 민중의 목적의식적 행위라고 규정될수는 없다. 아니 오히려 개개의 사건 그 자체에만 주목한다면 민란의 근대 지향성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왕조를 부정하는 단계로까지 나간 민란이 거의 없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볼때 민란은 분명 중세적 모순에 대한 저항이었으며 그런 만큼 결과적으로 근대를 앞당기게 한 하나의 자극제였다.

 전체 흐름으로 보면 19세기의 민란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세기 초에 일어났던 홍경래 난의 경우, 조선왕조에 도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권적 신분을 옹호하는 중세적 가치관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권력에서 소외된 양반층이 다시 권력을 차지하고자 일으킨 봉기, 즉 지배층 내부의 권력 다툼이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민중의 호응을 받기는 했다. 민중과 소외된 양반층에게 공동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1862년 전국적 봉기인 임술민란의 경우, 그 주체 세력이 상당부분 민중으로 내려와 있다. 하지만 이때까지의 민란 역시 조직적이지 못했고 이념적 목표도 분명히 세우지 못한 상태였다. 그 때문에 강렬한 저항을 보여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좌절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1894년 동학농민전쟁 단계에 이르면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 견고한 조직력과 뚜렷한 항쟁목표가 제시되고 있다. 이 시기의 민중은 이미 사회의 모순을 과학적으로 볼 줄 알았고 또 그것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고민하는 수준에 있었다.

19세기 제주 지역의, 민란도 대체적으로는 조선의 민란과 유사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특이한 모습도 나타난다. 제주도만의 특수한 상황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립국가 건설이라는 구호를 내세운 1813년 양제해의 모변과 1898년 방성칠 난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화전세(火田稅)가 원인이 된 1862년 강제검 난과 1898년 방성칠 난도 제주도만의 독특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보여준다. 1901년의 이재수 난도 특이하다. 봉건적 모순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은 여느 민란과 유사하지만 천주교로 대변되는 외세에 대한 저항이라는 측면은 이재수 난만이 가진 독특성이다.

출처: 새로쓰는 제주사 -이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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