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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

보성 녹차농장 대한다원

by 블루청춘 2010. 8. 27.

보성의 차(茶)에 대한 이야기는 세종실록지리지 토공조를 비롯해 여러 문헌에 등장한다. 가장 최근에 이어진 차 재배에 대한 기록은 1939년 일제강점기의 경성화학에 대한 것이다. 당시 야산 30ha에 차 종자를 파종해 차를 재배했는데 일제강점기가 끝나면서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한다. 1957년에 들어서 대한다업이 경성화학의 야산을 인수 다시 녹차 재배에 나선다. 이어 1962년에는 본격적으로 차 가공에 나섰고 재배면적도 50ha로 확대했다. 대한다업이 위치한 인근 지역인 영천리 도강마을에서 차 재배를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었다.

전남 도강마을 지도 보기

호랑이가 나오던 산비탈에 차밭이 들어서다

보성읍에서 남쪽으로 차로 10분 정도 달리면 녹차밭으로 유명한 대한다원이 나온다. 매년 다향제가 열리는 곳도 이곳이다. 다시 남쪽으로 올려다 보이는 언덕, 봇재를 넘으면 바로 영천리 도강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4대째 살아온 이전행 할아버지(78)에 따르면 도강마을은 가끔 호랑이도 출몰하는 첩첩산중이었다. "여그서 보성 가려면 산길을 넘었제, 봇재라고, 나가 군대에서 휴가 나왔을 때 재를 넘는데 호랭이를 만났어. 호랭이가 사람을 보내주는 호랭이가 있고 해치는 호랭이가 있어. 그란데 가만가만 오니까 내가 인자 잠방잠방 갔단 말이여. 근데 요놈이 금새 와서 앞에 앉아있고, 또 금새 와서 앞에 앉아 있는 거제. 그것이 내를 인제 해치지 않고 보내준 거시여." 할아버지는 60년 전 이야기를 해주시며 마을의 차 재배에 대해서도 말씀을 이어갔다. "옛날에는 전부 농사지었지. 일부는 저기 바닷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기도 하고. 근데 1968년부턴가 요 옆에 다원에서 차 재배를 배워다가 산을 깎아서 밭을 만들었제. 그것이 요로코롬 된 거랑께." 할아버지의 얘기에 따르면 지금의 대한다원은 진득골, 다향제를 하는 곳은 텃골, 거기서 봇재를 넘어 남쪽으로 오면 이곳 도강마을이라고 했다. 지금은 마을 주민 대부분이 차를 재배한다. 산등성이마다 가득한 차밭은 보성 녹차를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풍경이다.

 

  • 1 녹차밭과 삼나무가 어우러진 풍경. <이다일기자>
  • 2 올해 첫 녹차 잎을 따고 있다. <이다일기자>

 

 

차밭이 잘되는 조건

보성읍내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다 만나는 영천리는 산비탈에 자리 잡은 차밭이 장관이다. 봇재를 넘는 도로가에는 차 밭의 풍광을 감상하기 좋게 전망대까지 만들어져 있다. 굽이굽이 산허리를 감싸는 차밭은 봄날의 햇살을 받으며 반짝반짝 빛난다. 또 아침저녁이면 안개가 끼면서 몽롱하고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어 낸다.

 

전국 각지를 비롯해 중국, 일본까지 돌아보며 23년째 차 재배를 해온 조현곤씨는 도강마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천저수지가 마을 바로 앞에 있어 차밭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젖줄 역할을 하고 있고 안개가 많이 끼는 기후 덕택에 수분이 충분히 공급됩니다. 그리고 배수가 잘 되는 땅까지 합쳐지면서 차 재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지역입니다." 좋은 환경에 매료된 조씨는 7년 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고 차 재배에 나섰다. 마침 취재를 갔던 날은 올 해 첫 수확한 차를 덖고 있었다. "올해 차가 참 잘 됐어요. 어린잎을 일장일기를 따서 상처가 나지 않게 만들었어요. 찻잎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정성이지요. 차 대회에 내 보려고 조심조심 덖는 중이에요"

 

 

녹차밭 따라 사진 찍기 좋은 곳


계절의 여왕 5월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사진이 있다. 바로 그 해의 첫 찻잎을 따는 풍경이다. 희뿌연 안갯속에 푸른 차 밭이 펼쳐지고 붉은 바구니를 옆에 낀 아낙들이 차를 따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사진 동호회를 중심으로 차밭의 풍경을 담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보성은 사진가들이 말하는 일명 '성지순례' 코스에 들어있다. 보성의 차밭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대한다원 제1농장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낮은 산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차밭 구경과 산림욕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 차밭을 만들면서 방풍림으로 심은 삼나무가 숲을 이뤘기 때문이다. 좀 더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들이 일하는 모습을 담으려면 봇재를 넘어 18번 국도를 타고 영천리로 가면 된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는 넓게 펼쳐진 차밭과 영천 저수지까지 어우러진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또한 사람들이 발걸음은 거의 없지만 드라마나 CF를 통해 알려진 곳도 있다.

 

18번 국도로 계속 달려 회천면에서 우회전하면 회령리가 나온다. 이곳에는 대한다원 제2농장이 있다. 넓게 펼쳐진 차밭과 멀리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다. 차 밭을 찍으려면 이른 새벽 출발해야 한다. 동이 트고 물안개가 끼었을 때가 가장 사진이 잘 나온다. 안개 사이로 푸른 찻잎이 반짝거리면 풍경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느라 셔터 누르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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