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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 밥값 받아오란 말 듣던 초등학생.. 마음 아팠다”

by 블루청춘 2010. 3. 10.

“집에 가 밥값 받아오란 말 듣던 초등학생.. 마음 아팠다”

아시아경제 | 김도형 | 입력 2010.03.10 11:14 | 누가 봤을까? 10대 여성, 울산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최근 무상급식 논란이 뜨겁다. 교육계 비리 소식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지만 꾸준히 무상급식 실시가 논의되고 있다. 오는 6월에 치러질 전국 교육감 선거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얼마 전까지는 서울 지역 학교의 직영 급식 전환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 각 학교 현장에서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들에게 급식에 관련된 얘기를 들어봤다. 급식비 때문에 밥을 못 먹는 학생이 있는지, 급식비 지원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무상 급식 실시와 직영 전환 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어봤다.

현장의 영양사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급식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생생하게 들려줬다. 세 편으로 나누어 싣는다.

◇ "집에 가 밥값 받아오란 말에 어쩔줄 몰라하던 초등학생.. 마음이 아팠죠"

현재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영양사로 일하고 있는 A씨. 20대 후반인 그녀는 이제 4년차 영양사다. 처음 3년 동안은 위탁 급식업체 소속으로 몇 곳의 학교에서 급식을 담당했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는 직영 급식을 시행 중이다.

그녀는 "행정실에서 초등학생에게 '집에 가서 급식비를 받아 오라'고 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아이를 보면서 고작 열 몇 살에 불과한 아이가 받을 상처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비교적 부유한 지역임에도 급식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꽤 있다"고 했다.

또 예전에 근무하던 고등학교에서는 1000만원 가까이 급식비 미납금이 쌓이기도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실업계 고등학교여서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이 많았는데 학교에서는 그래도 어쨌든 밥은 먹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졸업하면서 내고 가는 학생들도 있었고 학교에서 여윳돈으로 메워주기도 했지만 그래도 늘 급식비 미납금이 있었다"고 말했다.

◇ "실제로 돈 없어서 밥 못 먹는 학생들도 있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현직 영양사 B씨는 "급식비가 없어서 밥을 못 먹는 아이들을 실제로 많이 봤다"고 말했다.

역시 4년가량 영양사로 일한 B씨는 1년반쯤 전에 일했던 한 학교에서는 급식비를 못내는 학생에게는 밥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학생의 삼분의 일 가량이 급식 지원을 받았지만 일부 학생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해 밥을 굶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어떤 학생들은 급식 도우미로 일하면서 무료로 밥을 먹기도 하고 또 선생님들까지 주머니를 털어 밥값을 내주기도 했지만 그런 방법으론 한계가 있었다"며 "한참 먹어야할 시기의 학생들이 밥도 못 먹으면서 어떻게 학교 생활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립 학교에서는 급식비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공립 학교, 특히 실업계 고등학교 등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급식비 납부를 어려워 했다"며 "지원 기준이 까다로워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도 못 받는 학생들을 영양사 생활을 하며 많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