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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서울

'성북동 비둘기' 현대사 깃든 북악산 코스

by 블루청춘 2010. 3. 19.

'성북동 비둘기' 현대사 깃든 북악산 코스

[우리동네 역사체험] 걸으면서 배우는 '서울성곽'의 역사②

이윤재 동대문나눔연대 대표
<민중의소리>는 이윤재 동대문나눔연대 대표의 ‘우리 동네 역사체험’ 연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 역사체험’은 아이 손을 잡고 쉽게 찾을 수 있는 역사유적지를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이윤재 대표는 동대문나눔연대 '놀토교실'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체험학습강사협회 소속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민중의소리> 독자들이 직접 체험한 ‘우리 동네 역사체험’을 투고해주시면, 이 연재가 보다 풍성하게 꾸며질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소개하고 싶은 동네 역사유적지나 산책하기 좋은 장소가 있으신 분은 jjy@vop.co.kr로 언제든 글과 사진을 보내주세요.


서울성곽탐방 첫번째 코스는 북악산 코스이다. 이 코스를 처음으로 잡은 이유는 성북동 골목길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표적인 빈민거주지역으로 자리잡았던 지역이며, 해방 이후 근대화를 거치며 ‘성북동 비둘기’로 상징되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팽창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현대사의 흔적이 깃든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간송미술관 등 미술관과 대사관이 밀집되어 있는 것도 이 지역의 특징이다.

북악산 코스는 한성대입구역에서 출발하여 성북동 골목길~ 심우장~숙정문~창의문으로 마무리가 된다. 4~5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지만 여기저기 볼거리가 많아 여유롭게 한나절을 할애하는 것이 좋겠다. 간송미술관이며 골목골목 숨은 찻집이며 밥집을 찾거나 각 나라 대사들의 거처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종로구에서 배포하는 서울성곽지도를 보며 미리 동선을 짜서 걸으면 더욱 좋겠다.

출발·도착지:한성대입구 전철역

지하철 4호선 삼선교(한성대입구)역에서 시작한다. 삼선교역 6번 출구에서 이어지는 성북동길을 따라 성북초등학교 옆길까지 10분여를 걸으면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심우장 가는길이라는 팻말이 나온다. 성북동길로 방향을 틀어 성북우정공원과 서울명수학교 앞 마을버스 종점 근처에서는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한다.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7호 심우장 가는 길’이라는 조그만 표지판을 놓치기 십상이다. 좁은 골목길(심우장길)이 제법 가파르다. 숨이 턱에 찰 즈음 한용운 선생이 말년(1933~1944)을 보낸 심우장(尋牛莊)이 나온다.

사진과 사진 설명을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우선 글로나마 북악산 코스를 함께 걸어보자.

성북동 골목길.

성북동 골목길. 심우장 가는길.ⓒ 이윤재


심우장

심우장. 만해 한용운의 유택.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222-1,2.ⓒ 이윤재



심우장은 일제강점기인 1933년,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 선생이 지은 집으로 한옥에서 보기 드문 북향집이다. 남향으로 지을 경우 조선총독부를 마주보기 때문에 선생이 부러 산비탈로 방향을 틀었다고 한다. 만해가 조국 광복을 보지 못하고 숨을 거둔 뒤 외동딸 한영숙이 살았는데 일본 대사관저가 건너편에 자리잡게 되자 아버지가 그랬듯 ‘일제를 마주할 수 없다’며 떠났다. 지금은 성북구가 인수해서, 만해의 글과 연구논문집 옥중공판기록 등을 전시하고 있다. 내부에는 독립운동가이자 시인, 승려인 만해의 집필과 투쟁의 흔적을 볼수 있다.

마당 너머 한 눈에 들어오는 성북동 전경은 놓칠 수 없는 볼거리. 낮은 지붕이 마주칠 정도로 다닥다닥 붙은 주변의 작은 집은 서민 가옥이고, 멀리 산자락에는 성북동을 유명하게 했던 재벌가가 몰려있다. 마당의 향나무는 만해가 손수 심었다.

심우장에서 한숨 돌린 후 좁다란 골목길을 오르면 성북동 비둘기공원이 나온다. 60년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맞으며 울었던 비둘기는 지금도 도시빈민의 안식처인 이곳 공원에서 사슬에 묶여 있다.

 

성북동 비둘기 공원.ⓒ 이윤재


성북동비둘기

성북동비둘기공원에 전시된 김광섭의 시 '성북동 비둘기'.ⓒ 이윤재


 

비둘기공원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북악산 성곽길이 나온다.ⓒ 이윤재


북악산 성곽

성곽의 성돌을 다듬었던 흔적. 큰 바위에 나무를 박고 물에 불리면 화강암의 결을 따라 바위가 갈라진다.ⓒ 이윤재



이제 북악산자락의 성곽을 따라 등산을 시작한다. 북악산 성곽코스는 1968년 이른바 '김신조 사건'으로 인해 전면 통제됐다가 지난 2007년 와룡공원~숙정문~백악마루~창의문의 4.3km구간이 전면 개방되었다. 다만 아직까지 청와대 뒤편에 수도방위사령부 등이 위치하고 있어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입산이 허가된다. 개방시간은 하절기(4월~10월) 오전 9시~오후3시까지 입산, 동절기(11월~3월) 오전 10시~오후 3시까지 입산이 허가된다.

삼청각

삼청각.ⓒ 이윤재



성곽을 따라 오르다 보면 북쪽으로 삼청각이 보인다. 요정 삼청각은 여야 고위급 인사들의 회동은 물론이고 남북적십자회담, 한일회담 막후협상이 이루어진 장소로 더 유명하다. 2000년 서울시가 부지와 건물을 문화시설로 지정, 전통문화공연장으로 새로 단장했다. 공연장과 함께 한식당, 찻집, 놀이마당 등을 갖추고 있다. 다만 가장 저렴한 점심메뉴가 무려 49,000원이라 하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숙정문

숙정문.ⓒ 이윤재



삼청각을 지나 30분여 산을 오르다보면 옛 한양성곽의 북대문인 숙정문이 나온다.
숙정문은 서울성곽의 북대문(北大門)으로 남대문인 숭례문(예를 숭상한다는 뜻)과 대비하여 ‘엄숙하게 다스린다’라는 뜻으로 이름이 붙었다. 숙정문은 본래 사람들의 출입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서울 성곽 동서남북에 사대문의 격식을 갖추고, 비상시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평소에는 굳게 닫아 두어 숙정문을 통과하는 큰 길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가뭄이 심할 때는 숙정문을 열고 남대문을 닫아 두었다고 하는데 이는 북쪽은 음(陰), 남쪽은 양(陽)이라는 음양의 원리를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이 지역은 풍수지리학상으로 음기가 강한 곳이었다고 전해진다.

1.21 소나무

1.21 소나무.ⓒ 이윤재



성곽길을 따라가다보면 1.21소나무가 나온다. 1968년 1월 21일 이른바 '김신조 사건'이 있었던 장소다. 북 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해 침투해 총격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이때 이곳 소나무에는 15발의 총탄자국이 남았는데 이후 1.21 소나무라 불린다.

참고로 성북구는 이른바 '김신조 루트'라는 이유로 42년 동안 공개가 미뤄졌던 북악산 3산책로를 지난달 개방했다. 이 곳은 숲속다리에서 2산책로 윗부분과 연결되는 총 640m 구간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4차례나 반복되는 곳이다. 총 4km에 이르는 김신조 루트는 2009년 3월 1산책로로 조성돼 처음 개방됐고 2산책로는 같은 해 10월 개방됐다. 이번에 3산책로가 열리면서 일반인들에게 완전히 개방됐다.

촛대바위

촛대바위.ⓒ 이윤재



다시 성곽길로 돌아와 보자. 바로 위 사진에 담긴 촛대바위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민족정기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쇠말뚝을 박았던 곳이다. 촛대바위에서는 주변의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경복궁을 비롯한 서울 도심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다.

북악산을 약 2시간 정도 넘으면 내리막길이 나온다. 그곳을 따라 내려오다보면 서울의 북소문인 창의문이 나온다.

동서남북 4대문과 그 사이에 4소문을 두었는데 창의문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북소문(北小門)으로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 창의문에는 인조반정 때 공신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현판이 걸려 있다. 창의문의 형태는 전형적인 성곽 문루의 모습이지만 서울의 사소문중 유일하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또한 성문의 월단(무지개 모양의 석문) 맨 위에는 봉황 한쌍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는데, 속설에 의하면 이는 닭 모양을 새긴 것으로 창의문 바깥 지형이 지네처럼 생겼으므로 지네의 천적인 닭을 새겨 넣은 것이라 한다.

창의문

창의문.ⓒ 이윤재


창의문

창의문.ⓒ 이윤재



이렇게 해서 쉬엄쉬엄 북악산 코스 탐방이 끝났다. 다음 시간에는 창의문 ~인왕산 ~ 사직단으로 이어지는 인왕산 성곽길을 함께 탐방해보자.

<이윤재 동대문나눔연대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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