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축물/사찰

내소사 [전북 부안]

by 블루청춘 2010. 8. 27.

참배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웅보전 앞에서 두리번거린다. 처마 끝을 살펴보기도 하고 문 안쪽으로 몸만 들이밀고 구석구석 살핀다. ‘도대체 어디가 나무토막이 비었다는 거야?’ 내소사는 조선 인조 때 대웅보전을 지으면서 사미승의 장난으로 나무토막 한 개가 부정 탔다 하여 빼놓은 채 지었다. 그때의 흔적을 찾으려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깎아 끼워 맞춰 지었다는 절, 단청도 흐릿해서 언뜻 보기에 볼품없어 보이는 대웅보전 앞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기저기서 모두 나무 얘기다. 내소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나무를 빼놓을 수 없다.

150년 전 만들어진 전나무 숲길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있는 1300여 년 된 내소사.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고 다시 복구하는 일이 계속됐으나 입구가 여전히 삭막했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150여 년 전 일주문에서 사천황문에 이르는 길에 전나무를 심었다. 6∙25 때도 절은 피해를 입었지만 입구의 전나무들은 다행히 무사했다. 내소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은 다리를 건너자 매표소가 나온다. 주변에는 여느 등산지에서나 볼 수 있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커다란 문이 보인다. 문화재관람료 2천원을 내고 들어서자 시작부터 나무의 향연. 고개를 치켜세우고 나무 끝을 바라보니 족히 30~40미터는 될 듯하다. 몇 걸음 앞에는 나무의 역사를 보여주는 나이테가 드러난 기둥이 있다. 전나무 숲은 너무나 울창해 햇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가을이 된다. ‘아름다운 숲’과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된 내소사 전나무 숲길이다.

남녀노소 모두 걷기에 즐거운 길

새벽이면 스님들과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이 이 길을 걷는다. 날이 밝으면 등산객, 관광객이 북적인다. 약 500미터의 전나무 숲길. 하얗게 머리가 샌 할머니도 막 돌이 지난 어린아이도 숲길을 걷는 데 어려움이 없다. 티셔츠를 맞춰 입은 커플도 있고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손자, 손녀까지 모인 대가족도 즐겁게 이 길을 걷는다. 사람들로 하여금 즐겁게 이 숲길을 걷게 해준, 150년 전 이곳에 나무를 심은 스님이 새삼 고마워진다. 전나무 숲길에선 나이테 안내판을 비롯해 숲을 설명해주는 해설판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나무 밑에는 의자를 놓아두어 누구든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왼쪽 계곡엔 조잘조잘 물이 흐르고 이따금 길을 가로지르는 다람쥐는 사람들을 반긴다. 길지 않은 길이지만 마치 거대한 트레킹 코스의 축소판처럼 모든 것을 갖췄다. 등산로도 갈라지고 폭포로 향하는 길도 있다. 길의 끝에는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 장소였던 작은 연못도 있고 오른쪽엔 부도탑도 있다. 전나무, 왕벚나무,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마치 ‘피톤치드’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느낌이다.

내소사의 나무 이야기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지은 유홍준교수는 한국의 5대 사찰 중 하나로 내소사를 꼽았다. 건물 자체보다 산과 어울리는 조화로움이 매력으로 꼽혔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었다. 길이가 제각각 다른 24개의 기둥을 가진 봉래루 앞에는 수령 300년으로 추정되는 보리수나무가 있고 가을이면 노란 단풍이 일품인 당나무가 내소사 마당을 지키고 있다. 그 뒤로 보이는 보물 291호 대웅전 역시 나무로 이뤄졌다. 화려한 단청이 있거나 커다란 건축물은 아니지만 수수한 매력이 있어 아름답다. 정면 여덟 짝의 꽃무늬 문살은 나무를 깎아 만들 수 있는 조각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연꽃, 국화, 해바라기 등 꽃무늬가 문살에 섞여 있다. 마치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낸 듯 잎사귀까지 표현한 나무 조각은 세월의 흔적과 함께 수수한 멋을 내고 있다.
 
 

'건축물 > 사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고종 선암사 [전남 순천]  (0) 2010.08.27
운주사 [전남 화순]  (0) 2010.08.27
관촉사, 은진미륵상 [충남 논산]  (0) 2010.03.25
지눌, 민중 속의 이타행  (0) 2010.03.17
090530 운길산 수종사 [경기 남양주]  (0) 2009.06.20